왜 그럴까



   고등학교 시절은 엄격하고 불합리한 교풍 덕에 지리하고도 멸렬했다. 집단주의, 군대문화, 흑백논리, 남성우월주의, 폭력의 순환 등 후에 내가 싫어하게 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고교 시절 내내 지켜보았다. 그러니 내 경우에는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가 아니라 '내가 싫어할 모든 것은 고등학교에 있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 탓에 더욱 더 대학에 가면, 사회에 진출하면, 어른이 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상호존중과 수평적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이상적 사회일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대학 신입생 때 고교동문회 술문화를 접하면서 바로 깨졌다.

   공룡과 달리 인간은 스무살이 지나면서 성장이 둔화된다고 하던데 성장만 둔화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수양도 둔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몸만 성장했을 뿐 머리는 여전히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20대 시절은 그래서 늘 불만이 가득했고 좁고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30대에 접어들자 그러는 나는 뭐 잘났나,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서 바꿔보려고도 하지 않았잖나, 왜 세상을 욕할 때 그 세상에 떡하니 속해있는 나 자신은 쏙 빼놓고 욕하는 걸까, 하는 끝 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그 혼돈(시쳇말로 중2병) 속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제야 간신히 조금 더 넓고 따뜻한(정확하게는 덜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을 이 노래에 담았다. 결국 사춘기 소년과 정서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몸만 30대인 아저씨의 노래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너의 앞에만 서면 난 왠지 다른 사람이 돼
너에게는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어
자꾸만 망설이다가 말 못 하고,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걸까
주위를 맴돌고만 있어

왜 그럴까, 모른 척 하려고 해도 자꾸 신경 쓰고 있어
어쩌면 난 또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서
자꾸만 망설이다가 말 못 하고,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걸까
주위를 맴돌고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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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8 01:48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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