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겠어



   80년대 배경 청춘 드라마의 주제가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아서 하룻밤에 만든 그야말로 주문생산형 음악. 지난 5년 동안 기타 대신 건반으로만 곡을 썼는데 오랜만에 기타를 들고 곡을 쓰다보니 옛날 기억들도 좀 스멀스멀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가사에선 통 재미를 못 느끼겠는데 딱 이런 류의 가사를 요청해서, 아놔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을 가사로 쓸 순 없고, 반나절 넘게 끙끙거리면서 간신히 쥐어짜냈다. 간신히 쥐어짜냈는데 드라마 제작이 연기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네, 내 예감엔 그냥 퇴짜 맞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깨닫는 과정이 혹시나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역시나 고통스럽다, '아, 진작 좀 알았더라면...' 이라는 후회가 뒤따르기 때문. 게다가 모르는 것이 차라리 더 나았을 경우도 월매나 많더냐. 하여간에 내 이팔청춘은 80년대는 아니고 90년대라서 사실 80년대는 그다지 추억할 것이 없다. 고등학교, 중학교, 국민학교 순으로 재미 없었고, 그 역순으로 말수도 줄어들었다. 나는 그 시기가 항상 즐겁지 않고 고통스러운 시절이였다고 기억하는데 요즘 들어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항상 나를 응원해주셨고, 이모나 삼촌들도 늘 관심있게 나를 대해주셨다. 친한 친구들도 늘 곁에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 덕에 큰 사고 안 치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났구나, 아 이제야 알겠다, 그걸 이제야 알았으니 역시나 고통스럽긴 한데 더 늦게 깨달았더라면 더더욱 고통스러웠을테니 그냥 넘어가자.


이제야 알겠어

어디선가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고개 돌아 보면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나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고 있는 너는

얼어붙은 내 맘을 녹여주는 햇살
말라버린 내 맘을 적셔주는 봄비
어두워진 내 맘을 밝혀주는 샛별처럼 반짝이며 내게 다가와

바람에 실린 너의 목소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머무르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이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마음
이제야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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