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Magik Cool J, 'Drift Ice' 작업기록

1. 격월간 발표하는 전자음악 소품집 [Bedroom Composer]의 두 번째 곡. 5~6년 전 자동차 광고용으로 만들었다가 버려진 뒤 맥주 광고, 기업 광고 등에도 밀어 넣었다가 대차게 까였다.

2. 앨범 커버의 콘셉트는 "정면을 응시하는 동물 친구들을 펜으로 그려보자"인데 의외로 동물의 정면 사진이 별로 없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중에서도 잘 생긴 치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치타도 있단 말이지. 이게 미학적으로 맞는 말인진 모르겠는데 잘 생긴 치타는 안정적인 좌우대칭에다가 상하 비율도 좋아서 그리기도 더 쉽더구먼. 황금률이 괜히 황금률이겠어 싶기도 한데 어휴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3. 이 곡을 작업하면서 초저음역대가 내 귀에 거의 안 들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분명 초저음역대에 뭔가가 있는데 설핏설핏 들리긴 해도 제대로 다 들리진 않는다. 장비 탓도 있겠지만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역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인식할 수 있는 음량은 점점 더 커지겠지. 노화는 서글프기도 하지만 일단 불편하다. 예전에는 약사님이 "이 약 드시면 졸릴 수 있으니"라고 하셔도 실제론 졸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요즘은 뭐 100%다. 속이 쓰릴 수도 있다 하시면 바로 속 쓰리고, 어지러울 수 있다 하시면 바로 어지럽다. 운전할 때 불편해서 며칠 전부터 안경을 맞춰 쓰기 시작했다. 곧 책 글씨도 잘 안 보이겠군.

4. 생애전환기를 넘기면서부터 멋있게 늙는 것에 대해 꽤 오래 고민해왔는데 주변에 멋있게 늙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 혹 있다손 쳐도 이미 젊었을 때부터 멋있던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멋있게 늙는 건 확률 상 영에 수렴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네.

2019년 04월 25일 수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