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Magik Cool J, 'Woman In Blue Black' 작업기록

1. 10여 년 전 미스터리 분위기의 광고음악을 요청받아서 대여섯 곡 만들었는데 광고주가 미스터리 콘셉트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해서 광고 전체를 엎는 바람에 그때 만들었던 곡들 전부 폐기했다가 몇 년 뒤 되살려서 라이브러리 앨범에 실었고, 또 몇 년이 지나 그중 한 곡을 좀 더 수정해서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게 되었다. 아, 참고로 피자 광고였다, 미스터리한 피자라니 까일 법도 했지.

2. 지금껏 발표된 소프트웨어 멜로트론 제품들은 거진 다 써봤는데 그 중 GForce사의 M-tron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이 노래에 적극 사용했다. 엘피가 다시 유행하고, 심지어 시디도 재유행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난 테이프가 제일 좋다. 보관도 용이하고, 재생과 녹음이 간편하고, 가격도 싸고, 뭐랄까 가장 체제전복적인 저장매체라고 생각한다.

3. 이 노래도 얄팍한 홍보를 위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말이 뮤직비디오지 실제론 앨범표지+오디오인데,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나 동영상 플랫폼에 업로드하려면 어쩔 수 없이 뭐라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뮤직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나 방송국의 심의를 받아야만 하는데, 2010년대 후반부터 방송국들은 대형기획사 외엔 심의 접수를 아예 받지 않고 있으며, 영등위는 음반영상물제작업 사업자에게만 심의 접수를 받고 있어서 나 같은 개인 제작자는 뮤직비디오 심의받기가 무척 까다롭다.

4. 뮤직비디오 심의 자체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2012년 발의되었지만 10년째 계류 중인데 얼마 전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뮤직비디오 심의를 폐지하거나 심의 접수 단일화 시스템 구축을 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다. 아마도 심의 폐지는 문체부의 권한 밖의 일이겠고, 심의 접수 단일화 시스템은 지금부터 만든다 해도 또 몇 년 걸리겠지.

5. 그러고 보니 뮤직비디오는 체제전복과는 거리가 멀고 무척이나 체제 순화적인 콘텐츠이구나.

2022년 07월 18일 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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