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ilocks Club, 'A Kind Of Nonsense' 작업기록

1. 영화 '싱 스트리트'와 '보이후드'를 보고나서 1세계 10대들에 대한 근본 없던 동경과 3세계의 내 유년시절에 대한 깊은 회한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불현듯 '틴에이져 밴드'를 만들고 싶어졌다.

2. 방과 후 차고에 모여서 졸업파티를 위해 일주일간 급조한 편곡, 한심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세상 진지한 연주, 어쩌다 귀에 걸리는 멜로디와 코러스 라인, 주름 하나 없는 투명한 뇌에서 나온 것 같은 가사, 이 정도의 기준을 미리 세워놓고 작업에 임했다.

3. 영준이 기타와 베이스를 맡고, 나는 (제작만 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적임자들을 구하지 못해서) 보컬, 드럼, 믹싱을 맡았다. 1년 정도 걸려서 정규반 규모로 음원 제작했다. 정규반이지만 시디나 엘피, 테이프 같은 피지컬 미디어는 없다.

4. 음원 판매의 영역을 국외로 확장시켜보고 싶어서 굳이 영어 가사를 선택했다. 영미권 현지인들에게 가사와 발음 감수를 받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스페니쉬의 영어발음 같다는 공통된 반응을 이끌어 냈다.

5. 본격 청춘 시트콤의 오프닝, 서브컬쳐 상품의 유튜브 광고, 프로야구 오늘의 하이라이트, 스타크래프트 선수 소개 같은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길 바라며 제작했다. 이 글을 보시는 방송국 관계자, 기업홍보 담당자, 광고대행사의 여러분들께 살며시 권해드립니다.

6. 영어 가사를 쓰게 되니 점점 더 내 노래가 아닌 것 같아져서 이럴 바엔 아예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국적과 인종, 거주 지역이 불분명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몇번의 수정을 거쳐 혼성 3인조 인물을 조각했다.

7. 제임스 벡스터는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에 나오는 말(馬)이고, 팻 프라이스는 냉전 시대의 초능력자, 한나 맥케이는 드라마 '덱스터'에 나오는 독초를 다루는 살인자. 핀과 제이크, 소년중앙식 미스테리와 덱스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우리 노래를 분명히 좋아해주실거야 우훗, 하는 근거 없는 낙관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8. 앨범 커버는 평소 흠모해온 톰왓 작가님께 의뢰했다. 가상 3인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신 톰왓 작가님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경의를...

9. 홍보를 위한 뮤직비디오가 필요해서 어도비에서 애프터 이펙츠 1개월 사용권, 비디오 하이브에서 애프터 이펙츠 프리셋 1회 사용권, 앱스토어에서 엔라이트와 프리즈마 구매하여 일주일간 영상 급조했다. 마음은 봉준호인데 실력은 윤준호.


2017년 10월 24일 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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