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 귀는


 

   '어쩌면 그 귀는', 이 노래는 아마 1999년 정도에 만들었던 것 같다. 그땐 글과 음악, 그림을 하나로 뭉뚱그려 만들고 싶었는데, 위 이미지는 이 노래를 만들 적에 끄적거린 스케치로 지금 다시 봐도 도대체 뭔 의도였는지 잘 모르겠다. 동명의 소설도 비슷한 시기에 완성했는데, 역시 의도가 불분명하며 자전적이고 동시에 진부한 내용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노래 역시 Korg사의 X5DR이라는 신디사이저 모듈로 만들었는데, 이 노래 이후로는 시퀸싱에 공들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유야 여러가지인데 남들이 샘플러라든지 고가의 신디사이저로 좀 더 편하게 좋은 소리를 뽑아낸다는 걸 뒤늦게 눈치 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연주곡보다는 보컬이 들어가는 노래들에 더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퀸싱보다는 턴테이블 스크래칭이 더 재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그 무엇보다도 회사에서 매일 철야하기 일쑤라 시퀸싱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영 힘들었었다.

   힘들긴 했지만, 그 뒤로도 몇 년 동안 회사 출근하기 전 30분 동안 시퀸싱하는 것이 일종의 취미 겸 습관이였는데, 그게 그대로 내 자산이 될 줄은 그땐 몰랐지, 뭐 전혀 몰랐다. IT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출근 전 30분 동안 깨작깨작거린 것들을 10년 후에 앨범으로 발표하게 될 줄은 그땐 전혀 몰랐고, 그저 하루 속히 프로그래머 관둬야겠다, 관두면 뭐 해먹고 살지? 진작 기술 좀 배울 걸, 코스타리카로 이민 가고 싶고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 20대를 소모했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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