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시작되는 언덕

   2007년에는 꽤 열심히, 한참 동안 운동에 몰두했었다. 유산소 운동부터 근육 운동까지, 돈 드는 운동부터 돈 안 드는 운동까지 가리지 않았다. 아마 한참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에 운동에 집중하며 잡념을 없애고 싶었던 것 같다. 운동 중에서 제일 효과가 좋았던 것은 역시 '자전거 출퇴근'이였다. 양재동에서 압구정동까지 자출하면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양재천 따라 한강 둔치를 돌아가는 길이 하나 있고, 강남대로 따라 매연을 마시며 신사동 고개를 넘는 길이 있었다. 처음에는 신사동 고개가 그렇게 가파르게 보였는데 며칠 지나니 수월하게 고개를 오를 수 있었다. 강남대로는 항상 붐비고 막혀서 답답한데 신사동 고개를 넘으면 한동안 페달을 밟지 않고 주르륵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이 무척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때 만든 노래가 '바람이 시작되는 언덕'이고, 앨범에는 'Windhill'로 번역해서 수록했다.





   이 노래는 2007년 삼성 싱크마스터 월드와이드 광고에 삽입되었는데, 별도의 음악 수정 없이 한방에 작업 완료된 매우 특별한 경우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요즘 광고음악 작업은 불분명한 요구사항(예컨데, '고급스럽고, 신비로우면서, 멜로디는 귀에 쏙 들어오고, 경쾌하지만 상투적이지 않고 색다르게, 가사는 잘 들리게, 아 랩으로도 한번 녹음해보면 어떨까요, 아무쪼록 낼모레 회장님께서 직접 시사회 하시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에서부터 시작해서 과도한 수정요구에다 터무니 없는 스케쥴로 인해 삽질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몹시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1사분기에 1번 꼴로 마음에 드는 광고를 만나긴 한다, 그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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