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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31 Mystery Elephant 2

Mystery Elephant



   1997년에 배선생님과 공동작업으로 만든 노래, 기타 트랙은 배선생님이 시퀸싱하셨고 나머지 트랙들은 내가 시퀸싱했다. 기타와 건반이 사이 좋게 주고 받는다는 흥겨운 구성이다. 덕분에 선법 공부도 좀 했고, 미디 공동작업에도 재즈의 방법론을 도입해보기도 했다. Korg사의 X5DR이라는 신디사이져 모듈로만 작업했는데, 흥미롭게도 건반에 사용된 음색의 이름이 'FunkyRoads'였다. 그러니까, Fender Rhodes의 음색을 흉내냈고, 그래서 이름도 Rhodes에서 Roads로 익살스럽게 변경한 셈인데, 당연하게도 음색이 원본과는 영 딴 판이긴 했지만, 뭐랄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마음에 들어서 애용했다. 회수를 건너온 귤나무, 태생부터 익살스러운 것들은 항상 매력적이고나.

   하여간 1997년이면 한참 회사에서 야근에, 철야에, 주말연장근무하던 시절이여서 빡빡하고 숨막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 시절에 만든 노래들은 따뜻하고 아련한 정서가 배어있다. 인정하긴 싫고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긴 한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 시절이 나에겐 최대의 전성기가 아니였을까, 그리고는 그 뒤로 계속 뚝뚝 떨어지는 하강곡선을 걷고 있는 거지, 그거 참 담담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드네. 아직 전성기 오지도 않았어야 하는 억지 반, 인생의 최대 전성기를 야근과 철야로 낭비했다는 죄책감 반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인 듯 하다.

   그 시절, 그러니까 아직 인터넷보다는 PC통신이 유력하던 그 시절에 데모시디를 만들어서 홈페이지에서 판매해보겠다는 알토란 같은 계획을 세우고서 스케치했던 홈페이지 디자인 초안이 바로 위 이미지이다. 전철에서 파는 1000원짜리 중국산 노란 오리 장난감을 필름카메라로 찍고 현상된 사진을 회사의 스캐너로 스캔해서 막 배우기 시작한 포토샵으로 덕지덕지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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